금요일 저녁 강남역 골목을 걷다가 문득 든 생각

금요일 저녁 강남역 골목을 걷다가 문득 든 생각

예전 같지 않은 금요일의 강남역

지난 금요일 저녁에 강남역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었다. 예전에는 불금이라고 하면 강남역 인근 술집마다 사람들이 꽉 차서 발 디딜 틈도 없고, 어디든 들어가려면 30분은 기다려야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예전처럼 북적이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10년 전 그 사건이 있었던 10번 출구 근처를 무심코 지나는데, 길거리가 휑한 건 아니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묘하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한때는 정말 발 디딜 곳 없이 화려하기만 했던 동네가 왜 이렇게 조용해졌는지 잘 모르겠다. 경기가 안 좋다는 뉴스를 매일 봐서 그런지, 아니면 사람들이 이제는 다른 동네를 더 선호하는 건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튼 내가 기억하던 왁자지껄한 금요일의 강남은 이제 없었다.

10년 전과 지금의 풍경

걸어가다가 문득 2016년 생각이 났다. 그날 이후로 강남역 10번 출구에 가득 붙어있던 포스트잇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그 골목의 술집 화장실에서 벌어졌던 비극은 정말 충격적이었으니까. 그 이후로 길을 걷다가도 가끔씩 화장실 위치를 확인하거나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습관이 생겼는데, 사실 그게 벌써 10년이나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 근처를 지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때는 다들 분노했고, 서로를 위로하려 애썼는데 지금은 그저 텅 빈 것 같은 거리를 보며 걷는 게 전부다.

가볍게 들어가려던 술집마저도

지인과 간단히 맥주나 한잔할까 싶어 늘 가던 유럽풍 술집을 기웃거렸다. 20년 넘게 자리를 지킨 곳이라 안심이 되는 곳인데, 여기 관계자분 말씀이 요즘은 정말 장사하기 힘들다고 한다. 작년 연말처럼 모임이 많을 때가 아니면 다들 예전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1인당 안주 하나에 술까지 곁들이면 요즘 강남 물가로는 대략 3~5만 원은 기본으로 깨지는데, 그런 비용적인 부담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분위기 자체가 바뀐 건지 알 수가 없다. 성수나 압구정 핫플로 사람들이 다 빠져나갔다는 말도 들리는데, 막상 이렇게 비어 있는 강남역 골목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썩 좋지는 않았다.

괜히 얽히고 싶지 않은 복잡한 마음

길을 걷다 보면 가끔 술 취한 사람들끼리 시비가 붙어 경찰차 오는 모습도 보인다. 얼마 전에도 아들이 술집에서 시비가 붙어 변호사를 알아본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았는데, 술자리라는 게 참 별거 아닌 일로도 인생이 꼬일 수 있다는 게 무섭다. 강남 쪽 술집들이 아무리 분위기가 좋아져도 결국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공간인 이상 사고는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강남역이 서울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냥 적당히 지나치고 싶은 곳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

오늘도 강남역 근처를 지나며 사람들을 구경했지만, 다들 어디로 향하는 건지, 아니면 다들 집으로 돌아가는 건지 알 수가 없다. 10년 전의 그 사건이 남긴 흔적은 여전히 도심 곳곳에 묻어있는데, 정작 거리는 너무 빠르게 변해버린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하다. 단순히 경기가 나빠서 사람이 없는 건지, 아니면 우리가 그만큼 변한 건지 모르겠다. 다음번에도 이 길을 지나게 될 것 같은데,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밝은 풍경을 볼 수 있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그저 오늘은 바람이 조금 차갑다는 생각만 든다.

댓글 1
  • 길거리에서 보이는 경찰차 모습 보니까, 술자리 문제 생각나네요. 특히 지인 이야기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게 걱정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