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에서 살얼음 맥주를 찾다 길을 잃었다

강남역에서 살얼음 맥주를 찾다 길을 잃었다

강남역 밤거리의 번잡함과 살얼음 맥주의 유혹

오랜만에 강남역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사실 강남역은 평소에도 잘 가지 않는 편이다. 너무 사람이 많고, 길을 걷다 보면 어깨를 부딪히는 일이 다반사라 기가 빨리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 복잡함 속에서 길을 헤맸다. 친구들이 살얼음 맥주가 있는 곳을 가자고 해서 무작정 약속 장소로 향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평소 가던 곳들이 다 사라져 있거나 간판이 바뀌어 있었다. 예전에 갔던 곳은 이름이 뭐였더라. 기억을 더듬어봐도 도통 떠오르지 않는 게 요즘의 일상인 것 같다.

익숙한 골목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들

지도를 켜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10년 전 강남역 사건 이후로 이곳의 분위기가 알게 모르게 변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골목길을 걷다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예전엔 화장실 위치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제는 무의식적으로 밝은 곳을 찾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 친구들은 벌써 도착해서 자리를 잡았다고 연락이 왔다. 땀을 뻘뻘 흘리며 15분 정도 걷다 보니 드디어 살얼음 맥주를 파는 술집을 찾았다. 가격은 대략 한 잔에 4,500원에서 5,000원 사이였던 것 같다. 예전보다 확실히 술값이 많이 오르긴 했다. 강남 한복판에서 이 정도 가격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뒤돌아서면 이 돈을 주고 마시는 게 맞나 싶은 회의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소음 속에서 나눈 대화와 알 수 없는 피로감

가게 안은 정말 시끄러웠다. 옆 테이블 사람들이 하는 말이 다 들릴 정도였는데, 소음이 심해서 대화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요즘 레이밴 메타 같은 스마트 안경도 나온다는데, 이런 시끄러운 곳에서 과연 그게 무슨 소용일까 싶다. 식탁에 앉아있으니 주변의 대화들이 파편처럼 흩어져 내 귀에 꽂혔다. 누구는 누구를 믿지 못하겠다는 둥, 강남에서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는 둥, 괜히 술기운에 예민한 주제들이 오갔다. 나는 그저 살얼음이 띄워진 맥주잔만 멍하니 바라봤다. 시원하긴 한데,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찾아다녔나 싶은 마음이 컸다.

지하철 막차 시간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느덧 시간은 흘러 막차 시간이 다가왔다. 지하철이 끊기면 대리운전을 불러야 하는데, 예전에 대리 기사님들이 플랫폼 수수료 때문에 고생한다는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났다. 문득 내가 이 번잡한 술집에서 소비하고 있는 이 시간들이 그 기사님들의 고단한 밤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강남역 9번 출구 앞은 여전히 분주했다.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다. 나도 그 틈에 섞여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다. 돌아오는 길에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있을지, 아니면 그냥 조용히 집에서 쉬는 게 나았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 집에 도착하면 아마 또 잊어버리고 내일 할 일을 찾겠지.

정리되지 않은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며

결국 오늘 내가 마신 맥주 맛이 정확히 어땠는지, 친구들과 무슨 대화를 길게 나눴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 그냥 시간을 때우고 온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가로수길이나 천안의 조용한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었던 기억과 비교하면, 강남역의 밤은 너무 뜨겁고 소모적이다. 무언가 알찬 경험을 한 건 아닌데, 그렇다고 딱히 나쁜 하루였던 것도 아니다.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닫고 나니 그제야 소음이 멈췄다. 맥주잔의 얼음이 다 녹아버린 것처럼, 오늘 밤의 기억도 흐릿하게 증발하고 있다. 다음엔 그냥 집 근처에서 조용히 마시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마 다음 주가 되면 또 강남역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댓글 4
  • 골목길 걷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고요. 특히 막차 시간 생각하면 더 신경 쓰이는 것 같아요.

  • 강남역에서 길을 잃는 경험, 익숙한 곳이 낯설게 느껴질 때의 불안함이 느껴지네요. 저도 가끔 비슷한 경험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 강남역은 진짜 사람이 많아서 정신없네요. 특히 살얼음 맥주 찾으면서 길 잃은 경험, 저도 비슷한 적이 있어서 공감됩니다.

  • 강남역 주변은 진짜 복잡해서 길 잃을 때가 많네요. 특히 사람이 많을 땐 정신이 없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