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집 테이블에 앉아있으니 괜히 옛날 생각이 났다

호프집 테이블에 앉아있으니 괜히 옛날 생각이 났다

동네 호프집의 낡은 테이블

어제는 그냥 퇴근길에 습관처럼 동네 호프집에 들어갔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집에 바로 들어가기가 좀 묘하게 싫었다. 자리에 앉으니 테이블이 끈적거리는 게 영락없는 동네 술집이다. 요즘 새로 생기는 카페 가구들이나 세련된 바 테이블이랑은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사실 이런 낡은 테이블이 주는 투박한 맛이 있긴 한데, 왠지 오늘은 조금 쓸쓸해 보였다.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를 툭툭 건드려보니 긁힌 자국들이 꽤 많다. 이 자국들은 다 누가 언제 낸 걸까. 예전에는 이런 곳에서 친구들이랑 잔 부딪히며 소리 지르던 게 일상이었는데, 요즘은 혼자 앉아 있으려니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대화형 주점과 혼술의 온도

요즘은 2030들이 많이 가는 대화형 주점 같은 곳이 인기라던데, 홍대나 성수 쪽 나가보면 긴 테이블을 중심으로 처음 본 사람들끼리 대화하는 분위기를 만든단다. 솔직히 나는 좀 자신이 없다. 그냥 조용히 마시고 싶은데 누군가와 말을 섞어야 한다는 게 숙제처럼 느껴질 것 같다. 내가 앉은 이 호프집은 그런 트렌드랑은 거리가 멀다. 그냥 다들 자기 테이블 안에서 자기들끼리 할 말만 한다. 오히려 그게 나한테는 더 편하다.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음이 때로는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짙게 만들어준다. 사람들은 호프집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나는 가끔 이런 공간이 주는 무심함이 참 좋다.

불쇼와 신선로 빙수, 그게 왜?

어디 기사에서 보니 요즘 프랜차이즈들은 테이블에서 불쇼도 하고 드라이아이스로 신선로 빙수 같은 걸 만들어서 차별화한다고 하더라. 솔직히 그런 건 처음 한두 번은 재밌겠지만, 매일 가야 하는 동네 술집이라면 글쎄. 그냥 맥주 한 잔에 마른안주 하나 시켜놓고 멍하게 앉아있는 게 나한테는 더 중요하다. 굳이 그런 퍼포먼스가 없어도 되는데. 어쩌면 가게 주인분들도 손님들을 더 끌어들이려고 억지로 고민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인당 15,000원 정도면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굳이 더 비싼 무언가를 얹어야 하는 세상이 조금 피곤하게 느껴졌다.

예기치 못한 소란과 기억

문득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다른 술집이었는데, 옆 테이블에서 와서 예쁘다는 둥 계속 말을 걸어와서 정말 난처했던 적이 있다. 처음엔 좋게 대답했는데 30분이 지나도 안 가길래 나중엔 돌아가라고 정색을 했다. 술자리에서 겪는 이런 사소한 불편함들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곳은 피하게 된다. 호프집 테이블이라는 게 사실 참 좁은 공간인데, 거기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밀고 당기기가 때로는 참 번거롭다. 오늘 내 옆자리에는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다. 그냥 이 끈적거리는 테이블 위에 맥주잔 맺힌 물방울이나 구경하는 게 제일 낫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

이제 슬슬 일어나야겠다. 맥주가 한 병 남았는데, 벌써 마감 시간이 가까워졌는지 주인분이 의자를 하나둘씩 올리기 시작한다. 이 동네 가게들도 다들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26호점 돌파니 뭐니 하는 기사들을 보면 대단해 보이기도 하지만, 당장 내 앞의 이 낡은 테이블은 여전히 그대로다. 오늘 내가 느낀 이 적당한 무관심과 약간의 외로움이 내일이면 또 사라지겠지. 집에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뭘 더 사갈까 하다가 그냥 말았다. 사실 아무것도 해결된 건 없는데, 그냥 뭐라도 좀 끄적이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댓글 1
  •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건드리는 모습이 딱 그랬어요. 옛날 동네 분위기가 정말 생생하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