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왜 거창한 휴식을 택했나
요즘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기분이 들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꽉 채워 일하고 나면 주말에는 그냥 침대랑 한 몸이 되는 게 국룰인데, 이번 주말은 이상하게 밖으로 나가고 싶더라. 그렇다고 사람 많은 곳에서 치이는 건 또 싫어서 고민하다가 강남역 근처에 있는 엘레먼트스파를 예약했다. 사실 그냥 동네 마사지샵을 갈까 고민도 했는데, 이상하게 이번엔 좀 ‘제대로 된’ 공간에 가보고 싶었다. 이게 번아웃이 오면 나타나는 일종의 보상 심리 같은 건가 싶기도 하고.
30만 원 언저리의 가격은 꽤나 큰 고민
예약하기 전까지 가격표를 몇 번을 들락날락했는지 모른다. 내가 선택한 코스가 3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금액이었는데, 솔직히 한 번에 쏟아붓기에는 가벼운 돈이 아니다. 강남 물가가 원래 비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게 커피 몇 잔 마시고 밥 먹는 비용이랑은 또 차원이 다르니까. 그래도 며칠 동안 야근하면서 ‘이거 끝나면 스파 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버텼던 거라 그냥 결제했다. 결제 버튼 누를 때는 심장이 좀 쫄깃했는데, 막상 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라.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
예약 시간보다 너무 일찍 도착해버린 애매함
예약 시간은 오후 2시였는데, 습관적으로 강남역에 1시 15분쯤 도착해버렸다. 평소 같으면 그냥 카페에 들어가서 핸드폰이라도 봤을 텐데, 괜히 스파 가는 날이라 그런지 몸을 최대한 차분하게 유지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근처 건물 로비 구석에 앉아서 시간을 죽였다. 지나가는 사람 구경도 좀 하다가, 왜 이렇게 일찍 왔나 싶어서 스스로가 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딱 맞춰서 왔으면 덜 피곤했을 텐데. 이런 사소한 기다림이 나중에는 기억에 더 남는 것 같다. 결국 시간 맞춰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는데,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기대와는 조금 달랐던 과정들
막상 관리를 받기 시작하니까 생각보다 방이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내 숨소리가 크게 들리는 게 거슬렸다. 관리사님이 실력은 정말 좋으신데, 내가 중간중간 몸을 어떻게 둬야 할지 몰라서 계속 뒤척거렸다. 옆방에서 들리는 작은 대화 소리나 밖에서 나는 소음이 묘하게 현실감을 불러일으키더라. 드라마처럼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완벽한 힐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뭉쳐있던 어깨가 펴지는 기분은 확실히 있었다. 120분이라는 시간이 꽤 길 줄 알았는데, 눈 감았다 뜨니까 끝난 기분이 드는 건 참 신기하다.
강남역의 번잡함으로 다시 돌아오며
끝나고 나오니까 4시 반 정도가 됐는데, 건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강남역 특유의 그 시끄러운 소음이 확 덮쳐왔다. 몸은 말랑말랑해졌는데 정신은 다시 현실로 복귀해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 우울하기도 했다. 저녁으로는 근처에서 간단하게 파스타나 먹을까 하다가, 그냥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왠지 여기서 더 시간을 보내면 방금 느꼈던 그 차분함이 금방 증발해 버릴 것 같아서 그랬나 보다. 집에 도착해서 보니 벌써 해가 지고 있더라. 30만 원을 써서 몇 시간의 평화를 샀는데, 이게 내 다음 주 월요일을 버티게 해줄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냥 다음엔 좀 더 싼 곳을 찾아볼까, 아니면 이 정도 금액을 내는 게 정기적으로 필요한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