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길에 쥐치포 한 봉지를 집어오고 말았다
어제는 정말 아무 이유 없이 퇴근하는 길에 편의점에 들렀다. 사실 평소라면 그냥 집에 가서 얼른 씻고 눕는 게 루틴인데, 왠지 모르게 맥주 한 캔이 간절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마땅한 안주가 없어서 편의점 매대를 한참 서성였다. 거기서 눈에 들어온 게 쥐치포였다. 예전에는 동네 호프집에 가면 기본으로 깔아주던 게 이런 마른 안주였는데, 요즘은 다들 화려한 치킨이나 파스타 같은 안주를 찾으니 점점 보기 힘들어지는 것 같다. 가격은 6,500원 정도였나, 솔직히 예전 포장마차 시절 생각하면 좀 비싸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도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배달을 시키기는 좀 부담스럽고, 적당히 질겅질겅 씹을 게 필요했다.
집에서 구워 먹는 마른 안주의 온도
집에 와서 바로 가스레인지를 켰다. 쥐치포를 그냥 먹으면 딱딱해서 맛이 없으니 살짝 불에 그을려야 한다. 그런데 이게 참 어렵다. 조금만 방심하면 금방 까맣게 타버리고, 그렇다고 덜 구우면 비린내가 올라온다. 가스레인지 불 조절을 하면서 몇 번이나 실패했다. 예전에는 가문어통족 같은 걸 전문으로 굽는 술집 주인분들은 어떻게 저렇게 딱 맛있게 구워내는지 신기했었다. 내가 구우니까 한쪽은 너무 바삭해서 과자 같고, 한쪽은 안 익어서 흐물거린다. 젓가락으로 쥐치포 끝을 잡고 불 위에 이리저리 흔들면서,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한 10분 정도 사투를 벌이니 그제야 얼추 먹을만한 상태가 되었다. 마요네즈에 간장을 조금 붓고 청양고추를 썰어 넣으니 그제야 제법 그럴싸한 맥주 안주가 완성됐다.
노가리와 도루묵이 그리워지는 밤
쥐치포를 씹으면서 옛날에 자주 가던 ‘한냥노가리’ 같은 술집들이 생각났다. 요즘은 그런 곳 찾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어쩌다 동네를 지나가다 보면 아직 간판이 남아있는 곳도 있긴 한데, 막상 들어가 보면 메뉴가 너무 현대적으로 변해 있거나 예전의 그 쿰쿰한 분위기가 안 난다. 도루묵 구이 같은 건 이제는 오히려 찾아가서 먹어야 하는 별미가 되어버렸다. 예전엔 그냥 생맥주 한 잔 시키면 서비스로 나오기도 했던 것 같은데,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는 걸 이런 소소한 안주 하나에서 체감한다. 특히 요즘은 배달 앱을 켜면 화려한 치킨텐더나 프렌치프라이 위주로 추천이 뜨는데, 사실 나는 그런 거 말고 그냥 황태구이나 노가리 한 마리가 더 좋다. 물론 그런 걸 배달로 시키면 배달비가 안주 값보다 더 많이 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선뜻 누르기가 어렵다.
혼술이라는 이름의 약간 불편한 시간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쥐치포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사실 별로 맛있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치킨을 시킬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내일 아침에 얼굴 부을 텐데 참을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혼자 조용히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며 술을 마시는 게 처음에는 여유롭고 좋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묘하게 허전하다. 옆에 누가 있었으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안주라도 하나 더 시켰을 텐데, 혼자서 쥐치포만 뜯고 있으니 내가 지금 뭘 위해 애쓰고 있는 건가 싶다. 맥주 캔 하나 따고 안주 굽는 시간까지 합치면 거의 30분은 쓴 것 같은데, 정작 술은 10분 만에 다 마셔버린다. 설거지하기 귀찮아서 마요네즈 그릇을 물에 담가두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출근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지는데, 방금 먹은 쥐치포 때문인지 입안이 조금 짜고 텁텁하다.
굳이 또 찾게 될 것 같은 이유
이렇게 불평하면서도, 아마 다음 주쯤 되면 퇴근길에 또 편의점에 들러서 마른 안주 한 봉지를 집어 들 것 같다. 그게 참 묘한 중독성이 있다. 화려한 요리보다 가끔은 이렇게 조금은 딱딱하고, 굽기 어렵고, 먹고 나면 입안이 얼얼해지는 그런 안주가 당기는 날이 있다. 옛날 호프집의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서 먹던 그 맛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내 집 안에서 느끼는 이 고요함과 약간의 불편함이 섞인 시간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내일은 좀 일찍 집에 와서 제대로 된 맥주 안주를 고민해볼까 싶기도 한데, 또 피곤하면 그냥 컵라면 하나 끓여 먹고 말 것 같다. 무엇을 먹든 간에, 오늘 밤은 이걸로 대충 마무리해야겠다.
마른 안주, 생각보다 짠맛이 좀 강하네요. 쿰쿰한 분위기 찾는 건 역시 어렵네요.
마요네즈 그릇에 쥐치포 먹고 짠맛이 느껴지네요. 씁쓸한 맛이 생각난다.
쥐치포 구우면서 옛날 호프집 생각나네. 요즘은 그런 간단한 안주 찾기 쉽지 않아서 더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