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집 간판을 내리는 날 고민했던 것들

호프집 간판을 내리는 날 고민했던 것들

호프집 운영이 생각처럼 마진이 안 남는 이유

솔직히 처음 가게를 열 때는 다들 비슷할 거다. 나도 은행동 근처에서 조그맣게 맥주집을 시작할 때만 해도, 얼음맥주 유행이 한창이라 손님들이 몰려올 줄만 알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좀 달랐다. 500cc 한 잔 팔아서 남는 게 얼마나 되나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인건비 떼고 월세 내고 나면 사실상 내 노동력을 헐값에 파는 수준이었다. 요즘은 오봉자싸롱이나 춘자비어 같은 스몰비어 형태가 예전 같지 않고, 이자카야 체인점들이 워낙 세련된 분위기로 치고 들어오니 동네 작은 호프집은 더 설 자리가 좁아지는 느낌이다. 특히 재료 관리하는 게 진짜 골치다. 맥주 기계 관리부터 시작해서, 유행 지난 커피맥주 같은 걸 메뉴판에 올려뒀다가 다 버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닭꼬치 같은 안주를 들여와도 결국 굽는 과정에서 기름 튀고 냄새 빼는 게 일이라, 주방에서 혼자 일하다 보면 밤마다 현타가 세게 온다.

노포 분위기를 흉내 내는 게 과연 답일까

을지로 골목에 있는 노포들이 잘 되는 걸 보고 한때는 나도 인테리어를 싹 바꿔볼까 고민했다. 왜, 요즘 감성이라는 게 좀 낡고 오래된 느낌을 내는 거니까. 근데 생각해보면 그건 그냥 흉내만 낸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노포는 세월이 쌓여서 만들어진 낡음이지, 인테리어 업체 불러서 며칠 만에 뚝딱 만든 인위적인 낡음이 아니니까. 60평 규모로 크게 업종변경을 한다고 홍보하는 프랜차이즈 기사를 봐도, 결국 큰돈 들여서 인테리어 바꾸고 간판 바꾸는 게 과연 매출로 직결될지는 미지수다. 예전에 갔던 어느 가게는 일본 마트에서 떼온 것 같은 소품들로 벽을 가득 채웠는데, 정작 술 맛은 인테리어랑 따로 놀아서 묘하게 어색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걸 보면 창업이라는 게 참 무서운 게, 남들이 한다고 다 따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하면 뒤처지는 것 같아 매일 밤 스마트폰으로 업종변경 사례만 검색하게 된다.

1인 창업의 한계와 마주한 시간들

혼자서 장사를 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고립된 일이다. 가게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오늘은 저 사람들을 어떻게 우리 가게로 부르지?’ 고민만 하다가 하루가 다 간다. 마포 쪽에서 하는 것처럼 가게 앞에 아이스박스에 얼음물 넣어두고 길 가는 노동자들한테 나눠주는 그런 훈훈한 모습도 사실 여유가 있어야 하는 거다. 당장 눈앞의 재료비랑 전기세 걱정하는 처지에 낭만을 찾는 게 사치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최근에 근처에 새로 생긴 이자카야 체인점을 가봤는데, 메뉴 구성이 정말 기가 막히게 효율적이더라. 주방 동선 최소화하고 딱 필요한 안주만 내놓는데, 보면서 ‘아, 내가 처음에 너무 의욕만 앞섰구나’ 싶었다. 호프집 창업이 쉽다는 말은 누가 퍼뜨린 건지, 막상 해보면 주류 발주부터 시작해서 잔 깨지는 거 하나까지 다 내 책임으로 돌아오는 게 이 바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야 하는 이유

사실 요즘 고민은 접어야 하나, 아니면 메뉴를 아예 싹 다 갈아엎어야 하나 이거다. 다이닝갈비처럼 아예 업종을 바꾸는 것도 방법이라는데, 그러려면 또 큰돈이 들어간다. 지금 내 상황에서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어제는 늦은 밤에 단골손님이 와서 맥주 한 잔 시키고는 이런저런 사는 얘기 하다가 갔는데, 그 손님 웃는 얼굴 보니까 또 당장 문 닫기는 싫어지더라. 정말 모순적이다. 매출은 안 나오고 몸은 축나는데, 막상 가게를 비우고 집에 들어가면 마음이 허전하고. 어차피 정답은 없는 것 같다. 프랜차이즈에서 말하는 성공 사례들만 보면 금방이라도 잘 될 것 같은데, 막상 문 열고 들어오는 손님들 표정 보면 내일은 또 무슨 메뉴를 권해야 하나 걱정이 앞선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게 최선일까

가끔은 그냥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가도, 아침에 맥주 기계 청소하고 나면 다시 마음을 잡게 된다. 닭꼬치 하나를 구워도 더 맛있게 구우려고 노력해보기도 하고, 메뉴판 디자인을 조금 바꿔보기도 한다. 크게 성공하겠다는 욕심보다는 그냥 이 자리에서 덜 고생하고 적당히 버티고 싶은 마음인데, 세상이 그렇게 내버려 두질 않는다. 2년 전쯤에는 키르기스스탄 호프컵 같은 기부 행사 소식 접하면서 ‘나도 언젠가 여유 생기면 저런 거 참여해야지’ 했는데, 지금 내 앞가림도 벅차다. 언젠가 이 가게를 정리하게 되는 날이 오면, 그때는 맥주 거품 닦는 일 말고 좀 다른 일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지금 하는 고민들이 나중에 돌아보면 별거 아닌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저 막막하고 어두운 터널 속을 걷는 기분이다.

댓글 3
  • 닭꼬치 굽는 기름 냄새 때문에 밤마다 현타가 오는 게 정말 공감됩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효율적인 기름 관리 방법을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아이스박스 얼음물 나눠주는 모습처럼, 여유가 있어야 그런 훈훈한 모습도 가능할 것 같아요.

  • 닭꼬치 구울 때마다 기름 냄새 때문에 진짜 힘들んですよね. 제가 비슷한 경험이라도 있어서 공감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