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안역 근처에서 헤매다가 들어간 곳
며칠 전에는 퇴근하고 집에 바로 들어가기가 좀 뭣해서 주안역 근처를 괜히 배회했다. 사실 예전에는 여기가 꽤 시끌벅적하고 노래방 호객꾼들이 많아서 걷기가 좀 부담스러웠는데, 요즘은 그래도 예전만큼은 아닌 것 같다. 인천 주안 2030거리는 나름 인천에서 번화가로 통하는 곳이라 술집이 참 많다. 근데 막상 어딜 갈까 고민하다 보면 어디가 괜찮은지 딱 떠오르질 않는다.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들어가는 게 제일 편한 것 같기도 하고. 이날은 마음이 좀 싱숭생숭해서 그런지, 너무 시끄러운 곳은 피하고 싶었다.
메뉴 고르는 것도 일이다
골목을 따라 걷다가 적당히 사람이 있는 술집 하나를 골라 들어갔다. 간판이 눈에 띄어서 들어갔는데, 1인분에 1만 5천 원 정도 하는 안주를 시켰다. 요즘 물가가 다 그렇지만 술 한잔하면서 안주까지 하면 3만 원은 그냥 훌쩍 넘긴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막상 술값이랑 안주 가격 생각하면 가성비를 따지게 된다. 옆 테이블에서 젊은 친구들이 신나게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 소음이 싫다기보다 내가 저 나이 때 여기를 그렇게 자주 왔었나 싶더라. 메뉴판을 훑어보다가 결국 늘 먹던 걸 시켰다. 새로운 메뉴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게 더 귀찮아서다.
너무 익숙해서 무뎌진 장소들
이런 번화가는 사실 어디나 비슷하다. 이천이나 모란, 아니면 역북동 같은 곳을 가도 결국 비슷한 분위기의 술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영통이나 이태원처럼 좀 특색 있는 곳들도 있지만, 결국 밤이 깊어지면 다 똑같은 술 마시는 공간일 뿐이다. 여기 주안도 예전의 기억보다는 훨씬 정돈된 느낌이지만, 가끔은 너무 비슷비슷한 가게들만 보여서 조금은 지루하다. 길 가다 마주친 가게 입구에 붙은 가격표를 보고는 ‘아, 여기는 좀 비싸네’ 하고 지나치길 수십 번. 결국 들어간 곳도 그냥 무난한 곳이었다.
형사가 말하던 그 시절의 술집
술을 마시다 문득 옛날에 읽었던 기사 내용이 떠올랐다. 형사가 술 한잔하자고 해서 억지로 따라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나, 80~90년대의 술집 풍경 같은 것들 말이다. 지금의 이 화려한 조명과 음악 소리랑은 참 거리가 먼 이야기 같은데, 이상하게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통금 시간이 있던 시절의 술집은 도대체 어떤 느낌이었을까. 지금처럼 휴대폰을 보거나 SNS를 올리는 게 아니라 진짜 사람 얼굴만 보며 대화했을까. 괜히 그런 생각을 하니까 지금 내가 마시는 술이 조금 더 쓰게 느껴졌다.
다음엔 집 앞 편의점이 나을지도
거의 한 시간 정도 앉아 있다가 나왔다. 나오면서 보니까 밖은 어느새 더 어두워져 있었다. 술기운이 살짝 올라오니 다리가 좀 무거운 것 같기도 하고. 다음부터는 그냥 집 근처 편의점에서 캔맥주 하나 사서 들어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굳이 이렇게 번화가까지 나와서 소음 속에 섞여 있는 게, 정말 내가 원해서 온 건지 아니면 단순히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인지 확실히 알 수가 없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에 비치는 주안역지구대 근처 조명을 보며 그냥 씁쓸하게 웃었다. 뭔가 해결된 것도 없고 딱히 기분이 나아진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다시 또 오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엔 더 맛있는 안주가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을까.
저도 옛날에 그런 기사 읽을 때, 그때의 분위기가 너무 생생하게 느껴져서 지금 술 마시는 모습이랑 비교하곤 했어요.
밤에 보니 정말 많긴 하네요. 저도 가끔 그런 느낌으로 가게만 둘러보는 게 오히려 피곤해져요.
편의점 가는 게 정말 현실적인 선택이었네요. 저도 가끔 익숙한 길을 걸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지날 때가 있어서 공감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