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고 있던 그 시절의 스몰비어 기억
갑자기 예전 생각이 났다. 한창 스몰비어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10평 남짓한 좁은 가게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크림 생맥주를 마시던 풍경 말이다. 친구랑 옷가게 창업을 할까, 아니면 차라리 프랜차이즈라도 하나 내서 안정적으로 살까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정말 많이 들락거렸던 곳이 오봉자싸롱이었다. 짚동가리쌩주나 달봉비어 같은 곳들도 많았지만, 묘하게 오봉자싸롱은 그 특유의 옥탑방 같은 편안함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150여 개가 넘는 매장이 전국에 있었다고 하는데, 내가 갔던 매장은 항상 사람이 꽉 차서 의자를 옆으로 조금 밀고 앉아야 할 정도였다.
맥주 안주로 집착했던 문어다리의 진실
거기 가면 항상 시키는 게 있었다. 바로 매콤달콤문어다리. 이게 참 별거 아닌데 희한하게 중독성이 있었다. 가끔 집에서 맥주 한잔할 때 그 맛이 생각나서 편의점 안주나 다른 안주를 사봐도 영 그 맛이 안 났다. 특히 그 소스! 매콤한 소스랑 달콤한 소스 두 가지가 나오는데, 도대체 무슨 배합인지 궁금해서 직원한테 물어볼까 하다가도 괜히 진상 같아 보일까 봐 참았던 기억이 난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다들 ‘맛있다’는 이야기만 있지, 그 소스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어쩌면 그게 업계의 비밀 같은 거였을까. 지금 생각하면 정말 사소한 궁금증인데, 그때는 왜 그렇게 그 소스 비율을 알아내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프랜차이즈 고민과 현실적인 무게감
한때는 정말 창업 박람회 같은 곳을 쫓아다니기도 했다. CU편의점 창업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이자카야 수작은 어떤지, 포차어게인은 분위기가 어떤지 꼼꼼하게 따져보던 때가 있었다. ‘반퇴 시대’라는 단어가 뉴스에 도배되던 시절, 나도 어디든 몸담아야 하지 않나 하는 조바심이 컸다. 오봉자싸롱처럼 폐업률이 낮다는 홍보 문구를 보면 혹하기도 했고, 10평 공간에서 나만의 가게를 운영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실행하지는 못했다. 막상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인테리어 비용이며 가맹비, 유지비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맥주 한잔 마시는 손님으로 남는 게 훨씬 행복하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때는 그게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냥 겁이 많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거리의 풍경
가끔 길을 가다가 예전 오봉자싸롱 매장이 있던 자리를 보면 마음이 묘하다. 지금은 그 자리에 다른 가게들이 들어와 있다. 요즘은 그때처럼 좁은 공간에서 맥주를 마시는 스몰비어보다는 더 세련된 펍이나 이자카야가 많아진 것 같다. 베스킨라빈스 창업비용이 얼마니 하는 식의 현실적인 고민도 여전하고, 사람들이 먹고사는 방식은 계속 변하는 것 같다. 그런데 여전히 그날 먹었던 문어다리 소스 맛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아마도 매콤한 소스는 고추장 베이스였을 것 같고, 달콤한 건 마요네즈가 섞인 소스였을까? 아니면 따로 시판 소스를 썼던 걸까. 아직도 그 소스 조합이 궁금해서 가끔 마트에서 이것저것 사다가 섞어보곤 하는데, 역시 그때 그 가게에서 먹던 그 맛은 잘 안 난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
최근에는 친구를 만나도 예전처럼 시끌벅적한 술집보다는 조용한 곳을 찾게 된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조용한 게 좋아진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가끔은 그 좁은 의자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시끄러운 음악 소리를 들으며 맥주를 마시던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창업이라는 거창한 목표가 없어도, 그냥 그 소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던 시절이다. 사실 그 소스 비율을 알아낸다고 해서 인생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알고 싶어 했을까. 어쩌면 무언가에 정답이 있다고 믿고 싶었던 내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결론은 나지 않았고, 문어다리 소스 맛은 여전히 미궁 속이다. 그냥 그렇게 가끔 생각나는 정도면 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정말로 어디선가 그 레시피를 다시 찾아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어중간한 상태로 오늘 밤이 또 지나간다.
마요네즈랑 고추장 조합이 진짜 궁금하네요. 제가 비슷한 시도 해봤는데, 묘하게 엇박이었어요.
마요네즈에 고추장을 섞어봤는데, 묘하게 밍밍하더라고요. 그 느낌이 그때의 문어다리 소스랑 좀 다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