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랍 속에 넣어둔 봉투를 꺼냈다
작년 생일쯤에 선물로 받았던 봉투 하나가 서랍 구석에 계속 잠자고 있었다. 페어몬트 호텔 식사권이었는데, 평소에 이런 호텔 뷔페를 자주 다니는 편도 아니다 보니 차일피일 미루게 되더라. 괜히 옷차림도 신경 쓰이고, 예약하는 과정 자체도 귀찮게 느껴져서 미루다 보니 어느새 유효기간이 코앞이었다. 부랴부랴 날짜를 잡으려고 전화를 걸었다. 요즘은 모바일로 웬만한 건 다 해결된다지만 이런 지면 식사권은 은근히 유선 통화로 번호를 확인하고 예약해야 하는 구석이 있어서 첫 단계부터 살짝 번거로웠다. 주말 디저트 타임이나 디너는 이미 꽉 차 있어서 겨우 일요일 저녁 시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여의도 주말 교통체증은 계산에 없었다
여의도 한복판에 있는 곳이라 교통이 복잡할 거라는 생각은 대충 했지만, 일요일 오후의 여의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여의도 더현대 서울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그런지 그 근처 골목부터 차들이 꼬리를 물고 서 있었다. 호텔 전용 주차장 입구를 찾는 것도 헷갈렸고, 겨우 진입로를 찾았을 때는 이미 예약 시간인 저녁 6시가 임박한 상태였다. 주차장 내부도 자리가 넉넉지 않아서 지하 깊숙이 내려가서야 겨우 차를 댈 수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묘하게 진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특별한 날 기분 내러 온 건데 시작부터 주차 스트레스를 받으니 영 개운치 않았다.
생각보다 복잡했던 예약 과정과 가격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있는 스펙트럼 뷔페로 올라갔다. 입구에서 식사권을 보여주고 자리를 안내받았는데,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테이블 간격이 생각보다 좁게 느껴졌다. 요즘 호텔뷔페가격이 워낙 올라서 이곳도 주말 디너 기준으로 성인 1인당 16만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었다. 내 돈 주고 왔다면 결제할 때 손이 좀 떨렸을 법한 액수다. 선물받은 식사권이라 망정이지, 요즘 외식 물가가 정말 무섭게 올랐다는 걸 실감했다. 16만 원어치 뽕을 뽑아야겠다는 얄팍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나도 모르게 메뉴판과 뷔페 동선을 째려보게 되더라.
스펙트럼 뷔페에서 보낸 두 시간의 기록
예전에 가봤던 장충동 신라호텔 더 파크뷰와 비교하면, 이곳 스펙트럼은 공간이 조금 더 현대적이고 어두운 톤이었다. 신라호텔이 전통적인 클래식한 웅장함이 있다면, 여기는 세련된 빌딩 숲속의 레스토랑 느낌이 강했다. 음식 종류는 아시안 푸드와 웨스턴 푸드로 구역이 꽤 명확하게 나뉘어 있었다.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랍스터 구이와 베이징 덕 코너로 먼저 향했다. 랍스터는 따뜻할 때 바로 먹으니 쫄깃하고 맛있었는데, 두 번째 접시에 가져왔을 때는 금방 식어버려서 껍질 벗기기가 꽤 귀찮아졌다. 베이징 덕은 껍질이 바삭해서 괜찮았지만 밀전병이 조금 두꺼운 편이라 배가 금방 부를 것 같아 고기 위주로만 골라 먹었다.
디저트까지 다 먹고 나오면서 든 묘한 기분
뷔페의 가장 큰 단점은 역시 음식의 온도 조절인 것 같다. 처음에 우르르 가져왔을 때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테이블에 두고 조금만 대화를 나누다 보면 금세 미지근해진다. 게다가 이용 시간제한이 2시간으로 정해져 있어서 마음이 은근히 조급했다. 물을 가져다주는 속도나 빈 접시를 치워주는 서비스는 친절하긴 했는데, 접시가 비기 무섭게 슥 가져가니 빨리 다음 음식을 가져와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묘하게 들었다. 회 코너에 있는 참치와 단새우는 신선도가 꽤 훌륭해서 대여섯 번은 가져다 먹은 것 같다. 양갈비도 쯔란에 찍어 먹으니 잡내 없이 부드러웠다.
결국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뻐근함
마지막으로 디저트 코너로 가서 케이크 몇 종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요청했다. 커피 줄이 생각보다 길어서 한참 서서 기다려야 했다. 한 잔 받아 들고 자리로 돌아와 마시니 입안이 겨우 정돈되는 느낌이었다. 배는 터질 것처럼 부른데, 이상하게 아주 만족스럽다기보다는 물리적인 포만감 때문에 지치는 기분이 더 컸다. 계산서를 받아 들고 식사권을 건넨 뒤 주차 등록을 하고 나오는데, 다시 그 복잡한 여의도 주차장을 빠져나갈 생각을 하니 아득해졌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과 둘이 다음에는 그냥 집 근처에서 조용히 소고기나 사 먹는 게 나을 뻔했다는 소리를 나눴다. 좋은 경험이긴 했지만, 굳이 이 돈을 직접 내고 다시 올지는 잘 모르겠다.
주말 저녁뷔페 가격이 정말 부담되네요. 특히 주차장 때문에 기운 빠진 날 경험하고 나니 외식의 즐거움이 많이 줄어들 것 같아요.
랍스터가 따뜻할 때 먹었으면 좋았는데, 이미 식으셔서 껍질 까는 게 힘들었다니 좀 아쉽네요.
랍스터가 따뜻할 때 먹으니 맛있었는데, 식으면 질기다는 점이 좀 아쉬웠어요. 다른 사람들은 껍질 벗기는 거 어려워하지 않으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