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점 주방에서 ‘찬모’라고 하면 보통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 근처 식당에서 봤던, 묵묵히 밑반찬을 만들고 김치를 버무리는 분들이 먼저 생각났어요. 요즘처럼 배달 앱이 발달하고 프랜차이즈 식당이 많아지면서 이런 정감 가는 주방 풍경을 보기 어려워진 것 같기도 합니다.
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작은 동네 식당에서 잠시 주방 보조 겸 찬모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딱히 전문적인 요리사는 아니지만, 집에서 이것저것 해 먹는 것을 좋아하고 손맛 좀 있다는 이야기를 듣던 터라 한번 해볼까 싶었죠. 결과부터 말하자면, 생각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가고 신경 쓸 일이 많은 자리였습니다.
주방에서의 하루: 쉴 틈 없는 손길
보통 식당 주방 일은 새벽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일했던 곳은 아침 10시쯤 출근해서 저녁 9시쯤 퇴근하는 스케줄이었는데, 그 시간 동안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오전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그날 나갈 밑반찬 준비였어요.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같은 국물 요리 재료 손질도 해야 하고, 손님들이 주문할 메뉴에 필요한 재료들을 미리 썰어 놓거나 삶아 놓는 작업도 해야 했죠.
점심 피크 타임 때는 정말 전쟁터였어요. 주문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덜어 담고, 데우고, 썰고. 정신없이 음식을 내보내고 나면 설거지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죠. 오후에는 다음 날 쓸 재료를 다듬거나, 매일 바뀌는 오늘의 메뉴를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경험한 곳은 메인 요리 외에 4~5가지 정도의 밑반찬이 나왔는데, 이걸 매일 새롭게 준비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군요. 특히 제철 나물이나 신선한 채소를 활용하는 날에는 손질할 것도 많고, 식감이 살아있게끔 조리하는 것도 신경 써야 했습니다. 솜씨 좋은 찬모분들이 왜 칭찬받는지 알겠더라고요.
현실적인 어려움: 예상치 못한 변수들
주방일이라고 해서 단순히 요리만 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제가 겪었던 몇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있었어요. 첫째는 재료 수급 문제였습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날씨 때문에 채소가 신선하지 않거나, 특정 재료가 동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럴 땐 부랴부랴 대체할 만한 재료를 찾아야 하는데, 이게 맛에 영향을 줄까 봐 늘 조심스러웠습니다.
둘째는 청결 문제였습니다. 기름때는 늘 주방의 골칫거리인데, 이걸 매일, 매 시간 신경 써서 닦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바쁜 와중에도 위생만큼은 철저해야 하니, 일의 효율성과 청결 유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셋째, 주방 환경 자체의 어려움도 있었죠. 좁은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다 보면 동선이 꼬이기도 하고, 여름에는 정말 찜통처럼 더워서 일하기가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땀이 비 오듯 흘러도 앞치마를 벗을 새 없이 계속 움직여야 했으니까요.
찬모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
어떤 분들은 ‘찬모’라는 직업을 단순 보조 업무 정도로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제가 경험한 바로는 식당의 맛과 분위기를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동네 작은 식당들 같은 경우, 쉐프나 사장님의 손맛만큼이나 묵묵히 뒤에서 애쓰는 찬모분들의 정성이 식당의 생명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2살부터 중식 셰프의 길을 걸어왔다는 분의 이야기처럼, 오랜 시간 한 분야에 헌신하며 자신만의 내공을 쌓는 분들도 많고요.
물론, 이 일을 하면서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 어렵다는 점,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점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분명 존재합니다. “주방의 찬모로서 사는데 나 오영실로서의 시간은 언제 가져보나”라고 토로하는 분의 심정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갔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고 정성스러운 음식을 통해 손님들에게 만족을 주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순히 밥벌이를 넘어, 손님들의 든든한 한 끼를 책임지는 중요한 일임은 분명합니다.
김치찌개 재료 손질할 때, 물에 담가놓으면 더 부드러워지더라고요.
채소 손질할 때, 제철 나물로 만드는 반찬이 특히 맛있어 보이더라고요. 정말 꼼꼼하게 썰어주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도 식당에서 밑반찬 만드는 일 정말 힘들었어요. 제철 채소 손질하는 게 특히 생각나네요.
밑반찬 준비하는 모습이 정말 힘들었겠어요. 제가 요리하다가도 재료 준비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놀라곤 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