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에서 칵테일 마시려다 예상치 못한 길치 모드 발동

홍대에서 칵테일 마시려다 예상치 못한 길치 모드 발동

진짜 홍대에서 칵테일바 가려고 마음먹고 간 건데, 지도 앱 켜고도 한참을 헤맸다니까. 아니, 분명히 지도에는 딱 여기라고 나오는데, 골목길이 왜 이렇게 꼬불꼬불하고 간판들도 다 비슷하게 생긴 건지. 40분은 족히 걸어 다닌 것 같다. 겨우겨우 찾은 곳은 생각보다 좀 구석진 곳에 있더라. 후기 보니까 ‘힙하다’, ‘분위기 좋다’는 말에 혹해서 갔는데, 첫인상은 ‘여기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내부가 생각보다 아담했다. 진짜 딱 아는 사람들만 오는 그런 느낌? 우리는 제일 구석 창가 자리에 앉았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건 그냥 다른 건물 벽뿐이었다. 그래도 뭐, 홍대 메인 거리처럼 시끄럽고 정신없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조명도 어둡고 잔잔한 음악도 깔리고 있어서 나름대로는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좀 더 밝았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칵테일바니까 이 정도 어둠은 이해해야 하는 거겠지.

메뉴판을 받았는데, 칵테일 종류가 엄청 많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심플하게 딱 있을 것만 있는 느낌? 근데 뭘 마실지 고르는 게 더 어렵더라. 이름들이 다 처음 보는 것들이고, 설명도 좀 애매하게 적혀 있어서 뭘 시켜야 할지 감이 안 왔다. 결국 그냥 제일 무난해 보이는 ‘김렛’이랑 ‘올드 패션드’를 시켰다. 사실 좀 더 독특한 걸 시도해보고 싶었는데, 괜히 실패하면 돈 아깝잖아. 왠지 모를 소심함이 발동했달까.

칵테일이 나오고 나서 좀 놀랐다. 잔이 생각보다 되게 예뻤다. 무심하게 시킨 것치고는 비주얼이 괜찮았다. 김렛은 새콤한 맛이 강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쌉싸름한 맛이 나는 것 같았다. 올드 패션드는 뭐, 워낙 기본적인 칵테일이니까 실패할 확률은 적겠지 싶었는데,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근데 막 ‘와, 정말 맛있다!’ 이 정도는 아니었고, 그냥 ‘음, 괜찮네’ 정도? 사실 바텐더 분이랑 말 섞을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도 좀 아쉬웠다. 괜히 멋쩍어서 먼저 말 걸기도 그렇고.

옆 테이블 보니까 뭘 그렇게 신나게 마시고 계시는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더라. 우리도 좀 더 과감하게 메뉴를 골랐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근데 또 막상 시켰는데 입맛에 안 맞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있고. 이게 칵테일바의 딜레마인 것 같다. 뭘 시켜도 어느 정도는 기본은 할 거라고 기대하면서도, 그 이상을 바라는 마음이 드는 거.

결국 칵테일 두 잔 마시고 나왔는데, 솔직히 처음 그 길 찾던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 ‘또 올래?’라고 하면 자신 있게 ‘네!’라고는 못 할 것 같다. 분명히 좋은 점도 있었는데, 뭔가 나랑 아주 딱 맞는 그런 곳은 아니었던 느낌? 아니면 그냥 내가 길치라 그런 걸 수도 있고. 다음에 간다면 좀 더 덜 헤매고, 용기 내서 추천 메뉴 같은 걸 주문해볼까 싶다. 아니면 그냥 친구랑 같이 가서 서로 추천해주는 식으로 시키는 것도 방법이겠다. 어쨌든 이날은 칵테일 마시러 갔다가 길 찾기 미션만 잔뜩 수행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