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식업계에서 10년 가까이 버티다 보니, 주변에서 ‘푸드잡24’ 같은 곳을 기웃거리며 조리사 구인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리는 후배들을 자주 본다. 솔직히 말하면, 그 공고들의 화려한 문구만 보고 뛰어들면 십중팔구는 한 달도 못 가서 후회한다. 얼마 전 친한 동생이 칵테일 바 주방 업무를 알아본다길래 말렸던 적이 있다. 당시 그 친구는 시급 12,000원 정도에 깔끔한 업무 환경을 상상했는데, 실제 그쪽 매장의 주방 마감은 식기 세척부터 폐기물 처리까지 1시간 30분은 족히 걸리는 고된 노동이었다. 이게 바로 현실이다. 현장의 조리 업무는 조리사 채용 공고에 적힌 몇 줄의 요약보다 훨씬 더 복잡한 변수가 많다.
이 바닥에서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브랜드만 보고 결정하는 것’이다. 위탁급식업체나 대형 프랜차이즈가 안정적일 것 같지만, 시스템이 너무 잘 갖춰진 곳은 오히려 본인의 요리 실력을 키우기 어렵다. 나도 초년생 때는 대기업 급식 현장에서 매뉴얼대로만 하다가 2년 뒤 개인 레스토랑으로 옮겼을 때 멘붕이 왔다. 식자재 발주부터 재고 관리, 메뉴 개발까지 모든 걸 스스로 해야 하니 말이다.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현실이었지만, 덕분에 식재료를 보는 눈은 확실히 길러졌다. 냉동 고구마순 하나를 다루더라도, 원가 절감보다는 어떻게 하면 아삭한 식감을 살릴지가 더 중요한 현장에서 겪은 고충이었다.
물론, 조리사라는 직업의 매력은 분명하다. 하지만 가끔은 ‘그냥 쉬는 게 낫지 않나?’ 싶을 정도로 체력 소모가 극심하다. 특히 칵테일 바나 심야 식당은 밤낮이 바뀌는 게 일상인데, 이걸 30대 중반만 넘겨도 몸이 먼저 안다. 이 길을 계속 가는 게 맞을지, 아니면 차라리 프랜차이즈 관리직으로 빠지는 게 나을지 고민하는 순간이 매년 찾아온다. 정답은 없다. 누군가는 개인 가게를 차려 대박을 내기도 하지만, 또 누군가는 일찍이 외식업계를 떠나 다른 직종으로 전향하는 게 훨씬 경제적으로 이득이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trade-off 관계라고 봐야 한다. 자유로운 메뉴 구성과 높은 업무 강도를 가질 것인가, 아니면 지루하지만 고정적인 월급을 택할 것인가.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 지점에서 실수를 저지른다. 당장 50만 원 더 주는 공고에 혹해 매장 환경은 고려하지 않는 것. 조리사 구인구직 사이트를 볼 때, 연봉이나 조건만 보지 말고 해당 매장이 평소 재료 회전율이 어떤지, 혹은 사장의 경영 철학이 현실적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나는 지난번 현장에서 급하게 사람을 구하다가 덜컥 면접을 봤는데, 막상 가보니 장비는 노후화되어 있고 위생 관념이 전혀 없는 주방을 보고는 면접 도중 거절했던 기억이 있다. 예상과 달리 그 매장은 몇 달 뒤 폐업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확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직접 목격한 사례다.
이 글은 외식업계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고 싶어 하는 2030 조리사들에게 현실적인 참고가 되길 바란다. 다만, 대형 위탁급식이나 프랜차이즈의 정형화된 시스템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분들에게는 내 이야기가 맞지 않을 수 있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혹은 현재 처한 경제적 상황에 따라 선택의 무게는 달라진다. 다음 단계로 무엇을 할지 고민이라면, 당장 사이트에서 이력서를 넣기보다는 관심 있는 매장에 손님으로 가서 주방 흐름을 한 시간만 지켜보길 권한다. 그것이 가장 정확한 현장 파악법이다. 물론, 이게 늘 정답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허무맹랑한 기대는 줄여줄 것이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급하게 사람을 구하러 갔던 곳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