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 골목에서 본 500만원이라는 글자가 계속 맴돈다

대림동 골목에서 본 500만원이라는 글자가 계속 맴돈다

대림동 골목의 인력사무소 알림판

지난주에 친구랑 대림동 근처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인력사무소 앞을 지나치게 되었다. 사실 대림동 하면 뉴스에서 보던 무서운 이미지 같은 게 먼저 떠올랐는데, 막상 가보니 평일 낮에는 그냥 사람 사는 동네 같았다. 골목골목에 중국 식당들이 정말 많아서, 한국인데 한국 같지 않은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박 소장인가 하는 사람이 가리킨 인력사무소 알림판에 멈춰 섰다. 종이 한 장에 대문짝만하게 ‘임금 500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순간 내가 잘못 본 건가 싶어 다시 봤다. 식당이나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조리사나 기술직 구인 광고 같았는데, 이게 실제 내가 받는 월급이랑 비교해보니 차이가 너무 커서 멍하니 한참을 쳐다봤다.

식당에서 마주친 외국인 종업원들의 모습

그 골목을 좀 더 걷다 보니 웬 식당들이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점심시간이 살짝 지난 때였는데도 안에는 사람이 꽤 있었다. 특이했던 건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에서 온 듯한 분들이 뚝배기를 능숙하게 나르고 있었다는 거다. 요즘 카페나 식당에 가면 한국인 직원보다 외국인 직원이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우리 동네 단골 카페도 최근에 사람을 새로 뽑았는데, 사장님이 이제 한국인 알바생 구하는 건 포기했다고 하더라. 최저임금도 오르고, 지원하는 사람 자체가 줄어들어서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씁쓸했다. 예전에 알바천국 같은 사이트에서 구직자 통계가 줄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나는데, 현장에선 정말 사람이 귀한 모양이다.

구인구직 사이트를 습관처럼 뒤적거리는 저녁

집에 돌아와서 습관처럼 알바몬이랑 사람인을 켰다. 사실 당장 이직할 건 아니지만, 요즘 다들 그렇듯이 그냥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는 거다. 급식 조리사부터 식품MD, 일식 요리사까지 카테고리는 엄청나게 많았다. 예전엔 그냥 식당 알바 구한다고 하면 쉽게 구해졌던 거 같은데, 요즘은 채용 공고를 봐도 조건이 다 제각각이다. 어떤 곳은 너무 급하게 사람을 찾는 게 눈에 보여서 괜히 무섭고, 어떤 곳은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써놨는데 그 말이 제일 피곤하게 느껴졌다. 500만원이라는 금액은 대체 어떤 기술을 가진 사람이 받는 건지, 아니면 그만큼 일하는 환경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힘든 건지 혼자 추측만 할 뿐이다.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

어제는 아는 지인이 운영하는 위탁급식업체 쪽 이야기를 들었는데, 거기도 사람 구하느라 매일이 전쟁이란다. 조리실무사 한 분이 갑자기 그만두면 그날 하루 종일 사장님이 직접 앞치마 두르고 배식해야 한다고 했다. 예전에는 카페 알바나 식당 직원이 흔한 일자리였는데, 이제는 구하는 사람도, 일하는 사람도 서로 만족하기가 참 어려운 시대가 된 것 같다. 나도 지금 하는 일이 딱히 엄청나게 즐거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요리를 배울 자신도 없다. 그냥 남의 구인 공고를 보면서 ‘남들도 다 이렇게 불안하게 사나’ 하는 생각만 든다.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는 채용 시장의 온도

뉴스를 보면 대기업 채용은 줄고 민간 고용은 예상보다 낮아서 난리라는데, 막상 골목 현장에서는 사람이 없어서 구인난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서비스업 쪽은 여전히 고용 버팀목이라고 하지만,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피로도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것 같다. 대림동 골목에서 봤던 그 500만원이라는 금액도, 사실은 그만큼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어서 내건 당근 같은 게 아닐까 싶다. 그게 진짜 보상인지, 아니면 감당해야 할 무게인지는 직접 해보기 전엔 절대 모를 일이다. 어쩌면 나도 언젠가 저런 종이 한 장에 내 시간을 맡기게 될지도 모르겠다.

댓글 4
  • 정말 답답한 현실을 잘 표현했어요. 저도 비슷한 기분을 느끼곤 하는데, 요리는 아직 배우고 싶은 마음이 생기진 않네요.

  • 그거 보니까, 제가 얼마 전에 이직할 때도 비슷한 금액을 생각했는데, 결국에는 회사 상황 때문에 훨씬 적게 받게 됐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 생각이 더 크게 들겠네요.

  • 베트남 음식점 직원분들 정말 멋있었어요. 요즘 한국의 일자리 시장이 얼마나 어려운지 느껴지는 글이네요.

  • 식당에서 외국인 종업원들 보면서 진짜 공감했어요. 특히 ‘가족 같은 분위기’라는 말, 뭔가 좀 불편한 느낌이 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