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 퇴근길에 갑자기 얼큰한 국물이 너무 당겨서 예전에 종종 들렀던 월곡동 근처의 등뼈 감자탕 집에 다녀왔다. 원래는 미아사거리 장어 집이나 공릉동 쪽으로 좀 나갈까 하다가, 비도 오락가락하고 몸이 너무 무거워서 그냥 가까운 동네 식당으로 방향을 틀었다. 성북구 쪽은 워낙 오래된 노포들이 많아서 어디를 가든 기본은 하겠지 싶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평일 저녁인데도 사람이 꽤 많아서 놀랐다.
너무 큼직해서 오히려 먹기 힘들었던 등뼈
자리에 앉자마자 감자탕 소자를 하나 주문했다. 가격은 28,000원 정도였는데, 요즘 물가 생각하면 한 끼 식사로 그렇게 비싼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냄비가 나오고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는데, 역시나 고기 덩어리가 엄청 컸다. 방송에서도 등뼈가 큼직하다고 나왔던 기억이 있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실하긴 하더라. 그런데 이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뼈가 너무 커서 국물에 잘 잠기지도 않고, 살을 발라내려고 젓가락으로 툭툭 건드리면 국물이 사방으로 튈까 봐 조심해야 했다. 사실 감자탕은 편하게 손으로 들고 뜯어야 제맛인데, 괜히 깔끔 떨겠다고 젓가락으로 고군분투하다 보니 손가락만 아프고 정작 입으로 들어가는 양은 적게 느껴졌다. 옆 테이블 사람들은 이미 비닐장갑을 끼고 뼈를 무더기로 쌓아놓고 먹고 있던데, 괜히 나만 도구 쓰느라 고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잊고 있었던 막장과 순대국 생각
먹다 보니 갑자기 부산에서 먹던 순대에 막장 찍어 먹던 기억이 났다. 여기 감자탕 집도 김치가 꽤 맛있어서 밥 한 공기는 금방 비웠지만, 왠지 모르게 허전한 기분이었다. 서울에 와서 순대를 시키면 항상 소금만 주거나 가끔 쌈장이 나오는데, 그 묽은 막장 맛은 도무지 찾기가 힘들다. 성북구 어딘가에 경상도식 순대국집이 있다는 글을 본 적 있는데, 다음에는 거기 가서 제대로 막장에 순대를 찍어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감자탕도 맛있긴 했지만, 이상하게 메뉴판을 볼 때마다 엉뚱한 음식 생각만 나는 게 참 사람이란 게 간사하다 싶다.
좁은 식당 안에서의 작은 소란들
식당이 좁은 편은 아닌데 테이블 간격이 좀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옆자리 대화가 고스란히 다 들렸다. 서울 돌잔치 뷔페를 어디로 할지 고민하는 젊은 부부의 대화부터, 오늘 업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토로하는 직장인들의 푸념까지. 밥을 먹는 건지 같이 대화를 나누는 건지 모를 정도였다. 예전에는 이런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동네 맛집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든 건지 이제는 조금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밥 먹는 내내 내 옆에 앉은 분이 계속 재채기를 해서 신경이 쓰였는데, 뭐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냥 꾸역꾸역 먹기만 했다.
볶음밥의 딜레마
어느 정도 배가 찼지만, 여기서 볶음밥을 안 먹고 나가면 나중에 집에 가서 분명 후회할 것 같았다. 1인분만 시키려다 왠지 부족할까 싶어 욕심을 냈는데, 막상 나온 볶음밥 양을 보니 2인분 같은 1인분이었다. 사장님이 무심하게 냄비를 가져가서 볶아주는데, 눌어붙은 밥을 긁어먹는 그 과정이 사실 감자탕 먹을 때보다 더 즐거웠던 것 같기도 하다. 다만 배가 너무 불러서 마지막 한 입을 남길지 말지 한참 고민했다. 결국 다 먹긴 했지만,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이런 사소한 식사가 뭐라고 굳이 여기까지 와서 땀을 흘리며 먹었나 싶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갈증
나오는 길에 보니까 입구에 커피 자판기가 하나 놓여 있었다. 믹스 커피 한 잔 뽑아 들고 가게 밖으로 나왔는데, 습한 밤공기에 섞인 냄새가 왠지 묘하게 느껴졌다. 맛있는 걸 먹었으니 기분이 좋아져야 하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왜 이렇게 발걸음이 무거운지 모르겠다. 다음번에는 그냥 좀 더 조용한 곳을 찾아가야지 하면서도, 아마 또 며칠 지나면 자연스럽게 익숙한 이런 시끌벅적한 식당을 찾게 되지 않을까. 내일은 또 뭐 먹지, 하는 생각만 반복하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볶음밥 양이 진짜 2인분 같았어요! 밥 긁어볶는 모습 보면서 더 배불러진 기억이 나네요.
부산 순대 막장 생각 나네요. 묽은 막장 찾는 게 정말 힘들었는데, 그렇게 찾으려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을까요?
볶음밥 2인분 시키는 거, 진짜 공감해요. 왠지 덜어놓고 싶어도 결국 싹 비워버리잖아요.
부산 순대 막장 생각나네요. 서울에서 막장이 맛있는 곳 찾기가 정말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