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역 근처에서 곱창을 먹으려다 벌어진 일

교대역 근처에서 곱창을 먹으려다 벌어진 일

갑자기 곱창이 먹고 싶어서

며칠 전부터 왜 그랬는지 곱창이 계속 생각났다. 보통은 신논현역 점심을 해결할 때처럼 대충 국밥이나 제육볶음으로 때우곤 하는데, 그날따라 기름진 대창이랑 곱창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라. 그래서 퇴근길에 서초역 인근에서 괜찮은 곳이 어디 있나 고민하다가 결국 교대역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사실 예전에 어디선가 곱창 맛집으로 이름을 들었던 곳이 있었는데, 막상 골목을 들어가니 거기가 거기 같고 헷갈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긴 기다림의 시간

어디라고 콕 집어 정해둔 게 아니라서 일단 사람이 좀 북적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역시나 웨이팅이 문제였다.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데 앞에 벌써 다섯 팀이 있더라. 보통 고속터미널역 맛집들도 저녁 시간엔 붐비지만, 여기는 유난히 골목이 좁아서 서 있을 자리도 마땅치 않았다. 한 40분 정도를 그냥 골목 끝자락에 서서 기다렸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발끝이 시려웠는데, 이 고생을 해서까지 곱창을 먹어야 하나 싶은 현타가 아주 잠깐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돌아가긴 아쉽고 해서 꾸역꾸역 버텼다.

가격 보고 멈칫한 순간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는데 가격이 예전보다 꽤 올랐다는 게 실감 났다. 요즘 삼겹살 한 근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한우 곱창이나 대창은 이제 마음먹고 시켜야 하는 음식이 된 것 같다. 둘이서 3인분은 시켜야 양이 차는데, 그러면 웬만한 식사비의 두 배는 훌쩍 넘으니까. 참다래로 48시간 연육했다는 유명한 집들도 많지만, 내가 들어간 곳은 그냥 평범한 노포 분위기의 식당이었다. 대창이랑 곱창을 섞어서 주문했는데, 나오는 속도가 생각보다 느려서 중간에 흐름이 끊길 뻔했다. 아주머니가 바쁘게 돌아다니시느라 추가 주문도 한참 뒤에나 받아주셨고.

기대했던 맛과 현실의 괴리

그래도 노릇하게 구워진 곱창을 한 입 먹으니 기름진 맛이 입안에 퍼지면서 기다렸던 보람이 조금 느껴지는 듯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같이 나온 부추무침이 너무 달아서 곱창의 고소한 맛을 자꾸 가리는 거다. 압구정 맛집이나 강남 일대의 다른 음식점들은 소스나 밑반찬 조합이 좀 더 섬세한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투박함이 장점이라기엔 좀 과했다. 그래도 신림동 쪽갈비처럼 뜯어먹는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구워지기를 기다리며 말없이 젓가락만 쪽쪽 빨고 있는 시간이 은근히 지루했다.

마무리 볶음밥과 남은 의문

마지막엔 역시 볶음밥을 시켰다. 이건 맛이 없을 수가 없으니까. 2인분을 시켜서 싹싹 긁어 먹긴 했는데, 먹고 나오면서 든 생각은 ‘이걸 굳이 이렇게 줄 서서 먹었어야 했나’ 하는 거다. 신사역 맛집들을 다닐 때도 항상 느끼는 거지만, 결국 맛집이라는 게 분위기랑 이름값에 기대는 부분이 큰 것 같다. 다음에 다시 곱창이 당긴다면 그냥 집 근처 가까운 곳에서 편하게 먹을 것 같다. 굳이 서초동까지 넘어와서 40분씩 대기할 열정은 이제 좀 사라진 모양이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입가심으로 근처 편의점 팥빙수라도 하나 사 먹을까 싶었지만, 너무 배가 불러서 그냥 버스에 올라탔다. 기름진 속을 달래며 집에 오니 벌써 밤이 깊었다. 내일 점심은 좀 가벼운 걸 먹어야겠다.

댓글 2
  • 부추무침이 너무 달아서 곱창 맛을 가린다는 게 맞아요. 저는 보통 무침에 식초나 겨자 조금 넣어서 먹는데, 그걸로 더 맛있는지 궁금하네요.

  • 부추무침이 너무 달아서 곱창 맛을 가리다니, 진짜 아쉬웠어요. 저도 비슷한 경험 한번 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