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근처에서 고기 굽다 문득 든 생각

강남역 근처에서 고기 굽다 문득 든 생각

시끄러운 강남역 퇴근길의 고깃집

강남역 근처에서 일을 하다 보면 가끔은 그냥 기름진 고기가 당기는 날이 있다. 특히 요즘처럼 날이 좀 오락가락할 때는 더 그렇다. 얼마 전에도 동료들이랑 퇴근하고 급하게 어딜 갈지 고민하다가, 그냥 익숙한 곳으로 가자며 ‘두껍삼’에 들어갔다. 여기가 사실 강남 쪽에서 꽤 오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이라, 어딜 갈지 결정 장애가 올 때면 그냥 무난하게 찾게 되는 것 같다. 가격대가 아주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비싸서 엄두를 못 낼 정도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이니까. 1인분에 보통 1만 원 후반대에서 시작하는데, 요즘 강남 물가 생각하면 그냥저냥 받아들여지는 정도랄까.

무선충전기가 왜 여기 달려있지

고기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테이블 구석에 뜬금없이 무선충전기가 박혀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이게 예전에 뉴스에서 슈피겐코리아랑 협업해서 설치했다는 걸 본 기억이 있는데, 실제로 보니 좀 신기하긴 했다. 보통 고깃집 테이블은 기름 때문에 미끌거려서 휴대폰 올려두기가 참 애매한데, 이렇게 아예 매립형으로 해두니까 확실히 편하긴 했다. 다만 고기가 나오기 전까지 멍하니 앉아서 휴대폰만 보다가 충전기 위치를 찾느라 괜히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게 좀 웃겼다. 서비스적인 면에서는 확실히 신경을 많이 썼다는 인상을 주긴 하는데, 고기 맛에 집중해야 할 시간에 자꾸 이런 기기들을 관찰하게 되는 나도 참 별나다 싶었다.

사람들의 기억 속 회식비 논란

솔직히 이 가게를 떠올리면 몇 달 전에 블라인드에서 터졌던 그 회식비 계산 실수 논란이 먼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단체 회식 중에 다른 테이블 금액이 합산되어서 결제되었다는 그 글, 나도 당시에 보면서 ‘와, 저런 일이 진짜 있나’ 싶었다. 막상 그 자리에 앉아 고기를 먹고 있으니 괜히 계산서가 나오기 전에 꼼꼼히 확인하게 되는 묘한 긴장감이 생겼다. 물론 사과문도 올라오고 대처를 했다고는 하지만, 한 번 생긴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우리가 먹은 건 세 명이서 한 8만 원 정도 나왔는데, 나중에 결제할 때 직원분한테 슬쩍 ‘여기 다 포함된 거 맞죠?’라고 확인하는 내 모습이 조금은 찌질해 보여서 속으로 웃었다.

고기는 구워주는 게 맛인데

두껍삼은 그래도 직원분이 고기를 직접 구워주는 시스템이라 그건 참 편하다. 내가 직접 집게를 들고 뒤집고 하다 보면 대화 흐름도 끊기고, 무엇보다 고기 굽느라 정신없어서 제대로 못 먹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그런 걱정은 없다. 그런데 어제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직원분이 정말 바쁘게 움직이셨다. 고기를 올려놓고 다른 테이블 갔다가, 또 금방 와서 뒤집어주는데, 그 사이 타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내 마음은 아무도 모를 거다. 결국 고기는 맛있게 익었지만, 먹는 내내 약간의 서두름이 느껴져서 나까지 덩달아 빨리 먹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맛은 숙성 고기라 그런지 확실히 육즙도 괜찮고 식감도 쫄깃한 편이다. 다른 비슷한 가격대의 고깃집들에 비해서 고기 질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불만은 없었던 것 같다.

정답 없는 강남역의 저녁 식사

밥을 다 먹고 나오면서 동료들이랑 ‘다음엔 어디 갈까’ 이야기했는데, 결국 또 어디가 딱 좋다는 결론은 안 났다. 강남역 근처에 고깃집은 정말 많은데, 막상 가려고 하면 웨이팅이 너무 길거나, 아니면 너무 시끄러워서 대화가 안 되거나 둘 중 하나다. 두껍삼이 그나마 중간은 간다는 생각에 다시 오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나오면서 보니 입구 쪽은 여전히 북적거렸다. 이런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피하고 싶으면 일찍 와서 먹고 빠지는 게 상책인데, 직장인 퇴근 시간이 어디 마음대로 되나. 배는 부른데 뭔가 2% 부족한, 그런 기분을 안고 사무실 근처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다음에 오면 좀 한가한 시간대를 노려볼 수 있을까 싶지만, 그게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