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에서 보고 무작정 찾아간 신세계 강남점 스위트파크의 혼잡함
주말에 정말 오랜만에 강남 쪽으로 나갈 일이 생겼다. 약속이 끝난 시간이 마침 애매한 오후 시간대였는데, 요새 인터넷이나 SNS에서 끊임없이 올라오던 신세계 강남점 지하 1층 스위트파크 생각이 났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유명 디저트 브랜드들도 대거 들어왔고,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성지순례하듯 가봐야 하는 곳이라는 글을 워낙 많이 봐서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그리로 향했다. 솔직히 평소에 사람이 너무 많은 곳은 기가 빨려서 피하는 편인데, 그날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한번 가보자 싶었다. 지하철 3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내려서 백화점 지하 매장으로 이어지는 연결 통로로 진입하는데, 입구에서부터 공기의 흐름이 둔탁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정말 빽빽하게 밀려 들어오고 있었는데, 그냥 걷는 게 아니라 뒷사람에게 떠밀려서 한 걸음씩 내딛는 수준이었다. 입구 근처에 도달했을 때 이미 머릿속에는 ‘아, 그냥 집에 갈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여기까지 온 교통비와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일단 매장 구경은 해보자는 고집이 생겼다. 들어서자마자 웅성거리는 소음과 사방에서 풍기는 달콤한 버터 냄새가 섞여서 머리가 다소 어지러웠다. 매장 초입부터 길게 늘어선 줄들을 피해 가며 지나가려니 벌써 어깨가 치이고 가방끈이 흘러내려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지하 1층 매장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맸던 순간들
막상 안으로 들어선 후 스위트파크 내부 구조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미로 같고 불친절했다. 매장 구역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가보면 각 가게들의 경계선이 모호해서 어디서부터가 줄 서는 라인인지 구분하기가 몹시 어려웠다. 인터넷에서 봤던 유명 브랜드인 아임도넛이나 츠지한 같은 매장 주변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좁은 통로에 사람들이 뒤엉켜 서 있어서 지나가기조차 버거웠다. 나는 그냥 특정 과일 디저트를 파는 매장을 찾고 싶었는데, 모바일 지도를 켜고 봐도 내가 현재 서 있는 위치가 어디쯤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기둥 뒤쪽이나 꺾어지는 모퉁이마다 사람들이 빽빽하게 대기하고 있어서 몇 번이나 막다른 길처럼 느껴지는 곳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참을 헤매다가 아까 스쳐 지나갔던 똑같은 초콜릿 매장 앞에 다시 멈춰 섰을 때는 맥이 탁 풀렸다. 게다가 대기 줄 관리하는 직원들이 바쁘게 뛰어다니며 통로 확보해 달라고 소리치는데, 그 통로 자체가 너무 좁아서 어디로 비켜서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 반복되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손에 들린 쇼핑백에 옆구리를 툭툭 받히면서, 이 복잡한 백화점 지하에서 길을 잃고 서 있는 내 모습이 조금 처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유명하다는 디저트 가격대와 40분을 기다려 얻은 포장 상자
겨우 찾고 싶었던 생과일 모찌 매장을 발견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메뉴판의 가격을 확인하는 순간 다시 몸이 굳어버렸다. 딸기나 샤인머스캣이 들어간 생과일 모찌 세트나 단품 가격이 대략 11,500원 선을 훌쩍 넘어가고 있었는데, 아무리 백화점 프리미엄이고 신선한 과일을 썼다고 해도 떡 몇 개에 만 원이 넘는 돈을 태우는 게 맞나 싶어 한참을 고민했다. 돈도 돈이지만, 매장 옆으로 길게 늘어선 대기 행렬이 더 큰 문제였다. 대기 순서를 안내하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최소 40분은 기다려야 주문이 가능하다고 무심하게 대답하더라. 그냥 포기하고 나갈까 싶었지만, 여태 매장을 헤매며 낭비한 시간이 억울해서 나도 모르게 줄의 꼬리에 합류했다. 좁은 대기 라인 안에서 옴짝달싹도 못한 채 스마트폰 화면만 멍하니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다리는 점점 아파오고 주위의 소음 때문에 귀는 먹먹해졌다. 예상했던 40분을 지나 거의 50분 가까이 되었을 때야 비로소 결제를 마치고 작은 포장 박스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직원이 친절하게 보냉 포장을 해드릴까요 물었지만, 추가 요금이 붙는다는 말에 그냥 기본 포장으로 해달라고 했다. 하얀 종이 쇼핑백을 받아 들고 밖으로 나오는데, 달콤한 디저트를 샀다는 설렘보다는 드디어 이 답답한 공간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감이 훨씬 컸다.
대치역 근처 단골 빵집과 비교하게 만드는 묘한 아쉬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창문에 비친 피곤에 찌든 내 얼굴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강남까지 와서 이렇게 진을 뺄 일이었나 싶기도 하고, 갑자기 평소에 자주 가던 대치역 맛집 골목의 작은 베이커리가 그리워졌다. 거기는 주말에 가도 비교적 한산하고, 사장님이 직접 구운 소박하지만 속이 꽉 찬 찹쌀떡을 줄 서지 않고 바로 살 수 있는 곳이다. 가격도 강남 신세계에서 산 것의 절반 수준인데 맛은 사실 크게 뒤지지 않는다. 물론 백화점의 화려한 디저트들이 비주얼적으로는 훨씬 예쁘고 선물용으로 보기 좋을지 모르겠지만, 나 혼자 먹기 위해 주말 한낮에 왕복 두 시간 거리와 대기 시간 50분을 소모해가며 사 올 만큼의 값어치가 있는지는 솔직히 회의감이 들었다. 강남 근처에 있는 다른 유명 식당이나 맛집들을 갈 때도 이렇게까지 피곤하진 않았는데, 디저트 팝업 스토어는 유독 한정적이고 일시적인 유행을 타다 보니 사람을 더 조급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유행을 쫓아 남들이 좋다는 걸 나도 경험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이 묘한 심리가 오늘 나를 여기까지 끌고 왔구나 싶어 조금 씁쓸해졌다.
결국 집에 돌아와서 상자를 열었을 때 느낀 미지근한 감정
집에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긴장이 풀리며 몸이 무거워졌다. 양말을 벗어던지고 손만 겨우 씻은 뒤 식탁에 털썩 주저앉았다. 식탁 위에 덩그러니 놓인 하얀색 쇼핑백을 보니, 아까 백화점 지하의 그 소란스러웠던 풍경이 다시 머릿속에 겹쳐 보였다.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고 동글동글하고 뽀얀 모찌를 접시에 담아냈다. 한 입 베어 물자 입안에서 상큼한 과즙과 팥앙금의 단맛이 부드럽게 섞였다. 맛이 없냐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다, 맛은 분명히 있었다. 과일도 신선했고 떡의 찰기도 훌륭했다. 하지만 맛을 음미하는 내내 머릿속 한편에서는 ‘이게 과연 11,500원과 50분의 대기 시간, 그리고 왕복 지하철의 피로도를 다 합친 가치와 맞바꿀 만한 맛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 이어졌다.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인지, 아니면 몸이 너무 지쳐서 미각이 둔해진 건지 기대했던 만큼의 큰 감흥이나 유쾌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먹다 남은 디저트를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 깊숙이 밀어 넣으면서, 어쩌면 나는 이 모찌의 맛보다도 남들이 가본 핫플레이스에 나도 발도장을 찍었다는 위안을 사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 먹고 난 뒤의 식탁 위에는 덩그러니 남은 포장 쓰레기들과 끈적해진 손가락만 남았고, 내 마음은 여전히 미지근한 상태로 남아있다.
스위트파크 구조 진짜 복잡하더라구요. 지도만 보고 헤매다가 똑같은 초콜릿 매장 앞에서 한 번 멈춰 섰을 때 완전 맥 빠졌어요.
생과일 모찌 가격 생각하면 진짜 억울하네요. 제가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고민 했어요.
대치역 베이커리 생각하니까 자꾸 찹쌀떡이 먹고 싶네요. 저도 그렇게 줄 서서 기다리는 게 좀 힘들 것 같아요.
모찌 진짜 맛있어 보였던데, 가격 생각하면 좀 부담될 만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