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동 한복판에 짐을 풀기로 한 결정
이번 주말에는 그냥 좀 쉬고 싶었다. 멀리 가기는 귀찮고 그렇다고 집구석에만 있자니 시간이 아까워서 서울 시내 호텔을 찾아봤다. 요즘은 인사동 쪽이나 종로가볼만한곳이 많아져서 그 근처를 어슬렁거리기 좋을 것 같았다. 사실 평소라면 그냥 잠만 자는 곳이라 싼 곳을 찾았을 텐데, 이번에는 마음을 좀 먹고 명동역 근처에 있는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 쪽을 기웃거리다가 결국 조금 더 현실적인 가격대인 10만 원 후반에서 20만 원 초반대 호텔을 예약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서울가성비호텔이라고 불리는 곳들도 가격이 만만치 않더라. 예약 버튼을 누르면서도 내가 여기서 호캉스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살짝 들었지만, 일단 저질렀다.
금요일 밤의 북적거림과 체크인
명동에 도착하니까 외국인 관광객들이 정말 많았다. 예전보다 더 많아진 느낌이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는데 로비 자체도 사람 반 짐 반이었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줄이 꽤 길었는데, 앞사람들이 영어를 하거나 다른 나라 언어를 쓰느라 시간이 좀 지체됐다. 직원분들은 친절했지만, 뭔가 정신없는 분위기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으로 올라가는데, 복도에서부터 미묘하게 섞인 향수 냄새와 음식 냄새가 났다. 방은 깨끗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뷰는 딱 명동의 좁은 골목길과 맞은편 건물의 에어컨 실외기들이 다였다. 뷰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막상 보니까 그냥 커튼을 닫아버리게 되더라.
생각보다 불편했던 주변 소음
밤이 되니까 명동은 더 시끄러워졌다. 창문을 닫아도 밖에서 들리는 노래 소리나 사람들 떠드는 소리가 은근히 신경 쓰였다. 방음이 완벽할 리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새벽 1시가 넘어서도 배달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니까 잠을 설쳤다. 배달앱을 켜서 야식을 시켜 먹을까 고민도 했는데, 밖이 이미 먹을 게 넘쳐나는 명동이라 굳이 배달을 시키는 게 맞나 싶어 그냥 편의점 맥주로 끝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요즘은 배민 같은 데서 해외 카드도 다 된다고 하던데, 굳이 내가 그걸 쓸 일은 없었지만 세상이 참 편해지긴 했다는 생각을 했다.
종로와 인사동 사이에서 방황하기
다음 날은 그냥 무작정 걸었다. 인사동은 여전히 비슷했다. 쌈지길을 한 바퀴 돌고 예전에 자주 가던 찻집에 들렀는데, 거기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오래 앉아 있기가 좀 그랬다. 놀러갈만한곳이라고 해서 찾아간 종로의 작은 전시관들도 이미 사람이 꽉 차 있어서 제대로 감상하기가 어려웠다. 그냥 걷다가 힘들면 카페에 들어가는 식으로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이럴 거면 굳이 비싼 돈 내고 명동 호텔에 머무는 게 맞나’ 싶기도 했다. 그냥 좀 더 조용한 동네에 숙소를 잡을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잠깐 스쳤다.
호텔 서비스의 미묘한 온도 차이
호텔 조식은 꽤 괜찮았다. 롯데호텔이나 신라호텔 같은 유명한 뷔페 수준은 아니었지만, 아침에 따뜻한 커피랑 간단한 빵을 먹으니 기분은 조금 나아졌다. 그런데 호텔 서비스라는 게, 친절하긴 한데 뭔가 기계적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외국인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 모든 응대가 매뉴얼대로 흘러가는 기분이랄까. 어노브 같은 곳이랑 콜라보한 애프터눈 티 행사를 한다는 소식도 들었는데, 내가 머무는 곳은 그런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비즈니스 호텔 느낌이라 그냥 지나쳤다. 호텔 안에서 무언가를 누리기보다는 밖으로 나가야만 뭔가가 해결되는 느낌이었다.
결국은 돌아가는 길의 허무함
체크아웃을 할 때는 생각보다 홀가분했다. 2박 3일 동안 호텔에 머물면서 사실 그렇게 특별한 건 없었다. 명동이라는 위치가 좋긴 했지만, 숙소로서의 안락함보다는 그냥 관광객 사이에 껴서 잠깐 머물다 가는 느낌이 강했다. 다음번에 서울에서 또 묵을 일이 있다면, 그때는 좀 더 외곽에 있더라도 조용한 부티크 호텔을 찾아보거나 아니면 그냥 집에 있을 것 같다. 숙박비와 교통비를 생각하면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 걸 사 먹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끝까지 남았다. 결국 호텔 경험이라는 게, 가끔은 기대보다 평범할 때가 더 많은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