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요일 퇴근길에 시작되는 배달 앱 화면과의 지루한 눈싸움
매주 금요일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을 쥐고 있으면 늘 비슷한 고민이 시작된다. 오늘 저녁은 집에서 무얼 시켜 먹어야 한 주 동안 쌓인 피로가 조금이라도 풀릴까 하는 생각이다. 마포구 대흥동에 있는 내 작은 원룸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배달의민족 앱을 켜고 이리저리 화면을 넘기다 보면, 정말 세상에 배달음식종류가 이렇게나 많았나 싶을 정도로 머리가 복잡해진다. 피자배달부터 시작해서 치킨, 족발, 심지어 요즘은 집 근처 포차에서 파는 어묵탕이나 닭발 같은 안주류까지 배달이 안 되는 게 없다. 예전에는 그냥 가볍게 집 앞 편의점이나 베이커리에서 카페샌드위치 같은 걸로 대충 때우기도 했는데, 금요일 저녁만큼은 이상하게 보상심리 같은 게 작동해서 그런지 든든하고 기름진 걸 찾게 된다. 하지만 정작 메뉴판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딱히 엄청나게 당기는 것도 없으면서 손가락만 바쁘게 움직이게 된다. 인기 있는 저녁배달메뉴추천 목록을 검색창에 쳐보기도 하고, 실시간 주문 순위를 훑어봐도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고 결국 선택을 못 해 지하철 역을 지나칠 뻔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치킨과 피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놓쳐버린 선착순 쿠폰
앱 홈 화면을 보니 마침 오늘만 쓸 수 있다는 배달음식할인 배너가 크게 떠 있었다. 60계치킨이랑 몇몇 브랜드에서 쓸 수 있는 3,000원짜리 선착순 쿠폰이었는데, 다운로드 버튼을 누르니 다행히 받아졌다. 이때 그냥 치킨을 시켰어야 했는데 괜히 피자가 더 먹고 싶어져서 갈등이 시작됐다. 피자할인 혜택을 주는 다른 브랜드는 없나 싶어서 화면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그 짧은 몇 분 사이에, 원래 고민하던 치킨집 쿠폰의 당일 발급 수량이 마감되었다는 안내가 떴다. 배달할인 몇 천 원에 목숨 거는 스스로가 조금 구질구질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막상 눈앞에서 놓치고 나니 갑자기 제값 다 주고 시켜 먹기가 무척 아까워졌다. 왜 매번 이런 사소한 할인에 집착하다가 시간만 보내고 배고픔을 키우는지 모르겠다. 결국 시계를 보니 이미 저녁 8시가 훌쩍 넘어가고 있었고,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점점 더 요란하게 나기 시작했다. 배민 화면을 멍하니 쳐다보며 그냥 라면이나 끓여 먹을까 하는 생각도 스쳤지만 이미 마음은 배달 음식에 뺏겨서 돌이킬 수 없는 상태였다.
배민에서 겨우 찾아낸 동네 피자집의 할인 혜택과 애매한 주문 금액 맞추기
결국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은 포기하고, 배민 화면 아래쪽에 있는 동네 피자집들을 다시 훑어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2,000원 쿠폰을 주는 곳이 하나 보였다. 내가 고른 고구마 피자 기본 사이즈의 가격은 18,900원이었는데, 쿠폰을 적용하려고 상세 조건을 보니 최소 주문 금액이 23,000원 이상이어야만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결국 할인을 받기 위해 먹지도 않을 치즈스틱이랑 큰 사이즈 콜라를 억지로 장바구니에 추가했다. 그렇게 해서 총 주문 금액이 24,500원이 되었고, 거기서 2,000원 할인을 받아 22,500원을 결제했다. 돈을 아끼려고 할인을 찾은 건데, 결과적으로는 원래 먹으려던 가격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된 셈이다. 이럴 때마다 참 배달 앱의 최소 주문 금액 시스템은 교묘하게 머리를 쓰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일단 주문을 마쳤으니 빨리 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예정 시간보다 한참 늦게 도착한 식어버린 상자와의 첫 대면
금요일 저녁이라 배달이 밀릴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앱에 뜬 대기 시간 70분이라는 숫자를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방 안을 서성이며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보니 배고픔을 넘어 약간의 짜증이 밀려왔다. 마침내 문 앞에 초인종이 울리고 배달원분이 음식을 주고 가셨을 때는 주문한 지 거의 1시간 15분이 지난 뒤였다. 서둘러 비닐봉지를 뜯고 피자 박스를 꺼냈는데, 상자가 기대했던 것만큼 뜨겁지 않고 미지근했다. 오토바이 배달 통 안에서 다른 집들을 돌고 도느라 한 김 식어버린 모양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고구마 무스 위에 얹어진 치즈가 이미 조금 굳어서 뚝뚝 끊어지는 상태였다. 배가 너무 고파서 대충 한 조각을 들어 올렸는데 치즈가 쭉 늘어나는 그런 그림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전자레인지에 다시 데워 먹을까 하다가 그것조차 귀찮아서 그냥 식은 피자를 입에 밀어 넣었다. 맛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긴 대기 시간과 할인 금액을 맞추려 애썼던 과정을 생각하면 허무함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콜라를 들이켜도 갈증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기분이었다.
치워야 할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들만 잔뜩 쌓인 작은 원룸 방구석
피자 세 조각을 꾸역꾸역 먹고 나니 금방 배가 불러왔고, 먹다 남은 피자 조각들과 억지로 추가했던 치즈스틱이 상자 안에서 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일회용 피클 용기, 갈릭 소스 튜브, 그리고 플라스틱 콜라 페트병까지 일회용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좁은 원룸 방 안에 기름진 피자 냄새가 가득 들어차서 서둘러 창문을 열었지만, 차가운 밤바람만 들이칠 뿐 냄새는 쉽게 빠지지 않았다. 다 먹고 난 뒤의 뒤처리는 늘 귀찮다. 종이 상자를 접고 플라스틱 용기를 씻어서 분리수거함에 넣으려니 금요일 밤의 여유는 간데없고 피곤함만 더 쌓이는 기분이다. 그냥 동네 슈퍼에서 컵라면이나 하나 사다 먹었으면 벌써 다 치우고 누워 있었을 텐데 하는 뒤늦은 후회가 매번 반복된다. 그래도 남은 피자는 내일 아침에 냉장고에서 꺼내 대충 데워 먹으면 되니까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해보지만, 가라앉은 기분은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배달 앱 보면서 느끼는 이 망설임, 진짜 공감이에요. 결국 배사냥꾼이 되는 순간이 온 것 같아서 좀 웃기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