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굳이 예약을 잡고 명동까지 나갔던 날
주말에 부모님을 모시고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하다가 을지로입구역 근처에 있는 호텔 뷔페를 예약했다. 사실 평소에 뷔페를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음식이 눈앞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면 오히려 뭘 먼저 먹어야 할지 정신이 없고, 왔다 갔다 하는 과정 자체가 좀 피곤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메뉴에 랍스터랑 제철 해산물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격대가 1인당 15만 원을 훌쩍 넘는 곳이었지만 한번 가보기로 했다. 미리 예약을 안 하면 자리가 없다고 해서 일주일 전부터 앱을 깔고 날짜를 맞췄다. 예약금까지 미리 걸어두니 왠지 모르게 비장한 마음마저 들었다.
뷔페 동선이 묘하게 꼬여서 당황했다
막상 도착해서 자리를 안내받았는데, 우리 테이블이 메인 요리들이 있는 곳이랑 좀 멀었다. 음식을 가지러 갈 때마다 꽤 먼 거리를 걸어야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컸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모르게 덩달아서 줄을 서게 되는 것도 문제였다. 분명 내가 먹고 싶은 걸 골라 먹는 게 뷔페의 장점인데, 랍스터가 나오는 코너에 사람들이 몰려 있으니 나도 일단 뒤에 서서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려서 접시에 담아 오니 금세 배가 불러오는 기분이었다. 강남역이나 압구정 쪽 다른 뷔페들도 가봤지만, 여기는 유독 사람이 많아서인지 음식 하나하나를 차분히 고르기가 참 힘들었다.
차가운 해산물과 뜨거운 음식 사이의 딜레마
처음에는 신나서 회랑 초밥 위주로 담아왔다. 확실히 호텔 뷔페라 그런지 횟감은 신선했다. 그런데 두 번째 접시부터가 문제였다. 튀김이나 고기 종류 같은 따뜻한 음식을 가져오려고 하니 아까 먹은 차가운 회 때문인지 속이 금방 미적지근해지는 느낌이랄까. 같이 간 가족들은 소고기 무한리필 코너에 꽂혀서 계속 고기만 가져다 먹는데, 나는 씨푸드 뷔페에 온 본분을 잊지 않으려고 억지로 대게 다리를 더 가져왔다. 사실 까먹기가 너무 귀찮았는데, 가격 생각하면 안 먹을 수가 없어서 낑낑대며 가위를 썼다. 옆 테이블 보니까 다들 능숙하게 잘 드시던데 나만 괜히 랍스터 껍질과 사투를 벌이는 것 같아 민망했다.
디저트 코너에서 급격하게 찾아온 피로감
한 시간 정도 지나니까 이미 배가 꽉 차서 더는 뭘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그런데도 왠지 여기서 바로 일어서면 손해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호텔 커피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커피를 한 잔 시키고 디저트 코너를 둘러봤다. 케이크 종류가 엄청나게 많았는데 이미 배가 너무 불러서 제대로 맛을 보기가 힘들었다. 그냥 예쁘게 세팅된 과일 몇 조각이랑 작은 무스 케이크 하나 가져와서 억지로 먹었다. 디저트 먹으면서 창밖을 보는데,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길래 괜히 집에 갈 때 차 막히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이런 게 뷔페의 함정인 것 같다. 배는 부른데 만족감보다는 뭔가 다 소화하지 못하고 나왔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남는다.
다시 뷔페를 갈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나오는 길에 계산을 하면서 보니까 정말 금액이 꽤 나왔다. 물론 호텔이라는 공간이 주는 분위기나 서비스는 깔끔하고 좋았다. 하지만 다음에는 그냥 좀 더 조용한 식당에서 코스 요리를 먹거나 단품으로 파는 맛집을 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을 가지러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딱 먹고 싶은 것만 적당히 즐길 수 있는 곳 말이다. 그래도 가끔은 이런 곳에 와서 사람 구경도 하고, 평소에 잘 안 먹는 비싼 해산물을 배불리 먹어보는 경험이 필요하긴 한 것 같다. 다만 다음번에 또 가자고 하면 조금 더 신중하게 고민할 것 같다. 일단은 당분간 뷔페 생각은 안 날 것 같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 보니까, 저렇게 사람이 많아지면 체력 소모가 훨씬 커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