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럽게 정해진 저녁 자리
지지난주였나, 회사 근처에서 갑자기 저녁 약속이 잡혔다. 신논현역 근처는 사실 회사에서 가깝긴 해도 막상 어디를 가야 할지 정하려면 머리가 아파지는 곳이다. 너무 시끄러운 곳은 싫고, 그렇다고 너무 비싼 오마카세 같은 곳은 부담스럽고. 결국 적당히 고기나 구워 먹으면서 대화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영동삼미숯불갈비 쪽으로 발길이 닿았다. 예전부터 이름은 들어봤는데 막상 가보려니 웨이팅이 길까 봐 고민되긴 했다. 운 좋게도 퇴근 시간이 조금 일러서인지 바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데, 의외로 사람이 금방 들이차서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고기를 굽는 과정의 번거로움
주문하고 나니 금방 숯불이 들어왔다. 사실 돼지갈비는 맛은 있는데 구울 때가 정말 귀찮다. 양념 때문에 금방 타버리니까 계속 신경 써야 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판이 거뭇거뭇해져서 서버분을 호출해야 하는 게 일이다. 2인분 기준으로 보통 3만 원 후반대에서 4만 원 정도 나오는 거 같은데, 요즘 강남 물가를 생각하면 아주 비싼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싼 것도 아니다. 옆 테이블에서는 회식을 하는지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웃고 떠드는데, 우리 테이블은 연기랑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여기는 갈비삼겹살이라는 게 있어서 그걸 시켰는데, 생각보다 육즙이 고소해서 굽는 수고를 조금은 보상받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보다 길어진 대화
고기를 다 먹고 나서도 왠지 바로 일어나기가 아쉬웠다. 보통 강남역이나 신논현 근처 카페들은 저녁 10시만 되어도 사람이 꽉 차서 앉을 곳 찾기가 힘든데, 이 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그런지 어딜 가나 사람이 많았다. 결국 적당히 근처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씩 마시며 남은 이야기를 했다. 5,000원 정도 하는 커피 한 잔 들고 서초동 일대를 좀 걷는데, 사실 무슨 대단한 이야기를 한 건 아니다. 그냥 요즘 회사 생활이 좀 뻑뻑하다는 둥, 주말엔 삼척 여행이나 다녀올까 하는 시시한 대화들. 그런데 고깃집에서 연기 마시며 굽던 그 공기보다 밖의 차가운 밤공기가 훨씬 좋게 느껴졌다.
기억에 남는 사소한 순간들
그러고 보면 서울 맛집이라는 게 특별한 미식 경험을 주는 곳도 있겠지만, 나한테는 그냥 적당한 가격에 너무 시끄럽지 않게 고기를 구울 수 있는 곳이면 충분한 것 같다. 신논현 쪽에 워낙 식당이 많아서 다음에는 다른 곳을 찾아볼까 하다가도, 막상 다시 약속이 잡히면 익숙한 곳을 찾게 될 것 같다. 이번에도 갈비집에서 나오는데 문 앞에 서 있는 대기 인원들을 보고 왠지 모르게 안도감이 들었다. ‘아, 나만 여기가 궁금한 게 아니었구나’ 하는 그런 묘한 동질감 같은 거랄까. 딱히 맛을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그날 먹었던 달큰한 갈비 양념과 탄 냄새가 섞인 옷의 냄새가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남아있는 모호함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탔는데, 문득 내일 출근해서 또 비슷한 하루를 보내겠구나 싶었다. 맛있는 걸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아질 줄 알았는데, 막상 배가 부르니 오히려 공허함이 좀 더 커지는 것 같기도 하고. 다음번에는 좀 더 분위기 좋은 곳을 찾아봐야겠다고 다짐하지만, 결국 또 가던 곳으로 향하게 될지 모르겠다. 콩국수 맛집이나 한남동 와인바 같은 곳들도 언젠가 가봐야지 생각만 해두고, 정작 친구랑 만나면 늘 가던 고깃집이나 분식집으로 가게 되는 이 패턴이 좀 웃기다. 이렇게 쓰고 보니 특별할 게 없는 저녁이었는데, 왜 굳이 기록하고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갈비집 앞 대기 줄을 보니 저도 예전에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더라고요.
숯불에 구운 돼지갈비, 밖의 밤공기와 대비되게 느껴지네요. 요즘 회사일 때문에 그런 감정 알 것 같아요.
공허함이 커지는 느낌, 저도 완전 공감해요. 특히 맛있는 걸 먹고 나서 더 그런 날들이 있거든요.
영동삼미는 웨이팅 때문에 진짜 고민되더라구요. 저도 비슷한 경험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